안녕하세요. (--)(__)

전 아주 간단히 제가 경험한 마리바고에서의 휴가를 담담히 말씀드릴려고 합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정말 세세하게 후기 올리신것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냥 가운뎃 토막만 적겠습니다.

반쯤 졸린 눈으로 첫째날은 쿨쿨 잤구요.

담날 아침부터 리조트 안을 샅샅이 뒤져 보았습니다. 우선 전날 늦은 저녁에 결코
보지 못했던 연못속의 귀여운 악어들과 리조트 입구 쪽에 숨어 있는 테니스 코트며
해변쪽의 인공섬까지 눈에 들어오더군요.
워낙 게으른 저였지만 해외까지 와서 방에서 늘어져 있을순 없단 생각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기념품 가게랑 까페도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엔 오일 마사지를 신청해서 받았구요. 머 나름대로 괜찮더라구요. 크케 기대하지
않았건만,쌓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오후엔 첫날 미팅 해준 가이드 핸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녁에 맥주 한잔 하자고요
틀에 짜인게 싫어서 자유 여행을 신청했지만,세부는 여행객이 리조트 외부로 어딘가를
찾아가기는 좀 무리더라 싶었습니다. 저보다 쫌 어려보이는 가이드랑 세부시내로
갔습니다. Mr.A라는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라이브 bar 였습니다.
전망 좋은 테이블에 둘이 자리잡고, 한잔 두잔..이런저런 얘기로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밤하늘 가득박혀 있는 별구경도 실컷 했구요.
오늘은 호핑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거참, 애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누군가와 함께 였다면 좋았을 것을..저의 호핑투어 배에는 가이드(남),현지 조수들(남)
그리고 저까지 무슨 고기잡이 어선 같은 분위기 입니다.

벙커선이 출발하고 한 삼십분쯤 지났나,작은 무인도 근처에 멈춰서고는 마스크랑 구명조끼를 건네 받았습니다. 수영은 폼잡는 정도여서 호기있게 라이프자켓 no!를 외칠수 없어
주섬주섬 입고,가이드 안볼때 준비 운동 슬쩍 해주고(이 나이에 심장마비를 염려하는 소심한 놈입니다.) 물에 들어 갑니다. 직장 다니면서 레저생활 거의 못해본 저에게
세부 바닷속은 가히 충격적 입니다. 어릴적 수족관에서나 봤던 노란줄/파란줄 물고기들이
여기다 있었네요. 둥둥 떠서 어설프게 호흡해 가며,한참을 있었나 봅니다. 막내동생뻘도
안되는 정말 어려보이는 필리피노 조수가 팔을 끌어당겨 벙커선 위로 올라가 보니
갓 따 올린 성게에다 초고추장 까지~ 미안한 줄도 모르고 넙죽넙죽 목구멍으로 넘겼습니다.

그새 재미들인 전 또 물속으로 빵조각 까지 들고 들어갔습니다. 근데 본격적인 횟감이
될만한 크기의 놈들은 멸종됐는지 쬐그만 고기들만 정신없이 몰려 듭니다.
이제 점심먹으러 가자는 신호가 올때 까지,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바닷속 풍경을
머릿속에 새겨 두고자 노력했습니다.

점심은 거하게 씨푸드 바베큐로..먹고 마시고,필리피노 조수들은 음식 접시를 자꾸만
날라옵니다. 바다위에 대충 지어져 있는 거 같아도 나름대로 분위기 나네요.
과도한 물놀이에,배불리 먹고,시원한 바닷바람에 졸음이 옵니다. 나 자신을 위해
이런 시간을 갖자고 맘먹은지 몇년만에 보내는 휴식시간은 왜이리 짧게 느껴지는지.

벙커선에서 내리면서 얼마안되는 돈을 필리피노 쪼수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저의 휴가를 도와준 동생들에게 작은 성의 표시를 하고 싶을 뿐였는데,밝게 웃는 얼굴들을
보니 제 마음이 더 뿌듯합니다.

아무리 좋았던 기억도 자꾸만 잊혀지는게 두려워,복습하는 마음으로 적어봤습니다.